거의 6천 명의 시민들께서 탁현민
여성 혐오 반대 캠페인
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의미 있는 의견들을 많이 보내주셔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 누구도 항상 100% 옳을 수는 없으므로 회원들의 피드백은 아바즈 커뮤니티에 큰 도움이 됩니다. 피드백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급하신 핵심 내용에 대한 답변을 보내드립니다.
(1) 캠페인이 너무 편파적이고 정치적이며,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탁현민을 공격하는 극우 세력이 올린 이 청원서는 한 당의 의견에 불과하다
많은 분께서 지적해주신 사항입니다. 현 정권이 임명한 청와대 직원의 퇴출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이 캠페인에 편향적이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문재인 정권이 이 캠페인의 주제가 아니며, 그 정권을 반대하는 게 캠페인의 목적도 아닙니다. 이 캠페인의 주제는 여성의 권리와 성 평등입니다. 오히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여성 혐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여성 혐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그 모범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입니다.
극우 세력 중에서도 탁현민의 퇴출을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는 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 점이 우려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탁현민 퇴출을 요구하는 분들은 그들뿐만이 아닙니다. 서명을 하신 분들의 숫자로 보나, 무작위로 선정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로 보나,
사드
,
트럼프 역사 교육
,
노르웨이 고래잡이”
캠페인 등 다른 캠페인들과 비교했을 때 그 반응도가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2)탁현민은 벌써 사과했다. 여성 인권 단체에 재능기부를 하는 등 선의의 사회 활동을 했으니 용서받아야 한다
캠페인을 론칭한 7월 11일 당시, 탁현민의 사과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였습니다. 사실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상태 메시지를 공식적인 사과라 보기는 힘든 점이 있습니다. 탁현민이 재능 기부로 여성 단체에 기여했다고 언급해 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저희가 근본적으로 우려하는 점은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선례를 남길까 하는 점입니다. 직책이 무엇이든 청와대의 직책은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가 청와대의 직책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정치 세력이 성차별이라는 이슈를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무슨 교훈을 남기고 있는 것일까요?
(3) 탁현민은 일개 행정관으로, 그의 직책은 이만큼 사회적 여파를 일으킬 만큼 중요한 직책이 아니다. 청와대 직원 중 그 누구도 임용에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받은 적이 없다
일개 청와대 직원을 이렇게 엄격하게 검증한 선례가 없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청와대 직원도 제대로 된 자격 검증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문재인 정권을 세울 수 있었던 건, 특혜·부패· 정경유착·정실 인사를 대대로 세습한 정권에 ‘더는 안돼'를 외치며 겨우내 거리를 지킨 1,600만 명 시민 덕택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
와
탄핵
캠페인을 진행하며 아바즈도 이 운동과 함께했습니다.
탁현민의 직책은 ‘일개’ 행정관이 절대 아닙니다. 그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여성들의 희망을 등에 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한 청와대의 직원입니다. 여성 혐오 문구가 가득한 탁현민의 ‘남자 마음 설명서' — 10년 전이든 아니든, 이제 시민들은 탁현민이 그런 책을 썼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 여성을 희롱했어도—그것도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시민들이 주는 월급을 받으며 버젓이 청와대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금 우리 사회는 스스로 학습하는 중입니다.
(4)탁현민은 범죄자가 아니다
‘여성 혐오 시대’에서 여성 혐오의 참상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같은 범죄에 직접 대응하며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것도 여성 혐오에 대한 대응이지만, 사실 그 부분에서도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여성 혐오의 여러 모습을 드러내고, 각 사태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진정한 성 평등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형태이든 여성 혐오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하는 우리 사회. 그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바로 지금입니다.
(5) 탁현민 퇴출을 요구하는 아바즈는 그의 직책을 위협하고 있고, 고로 탁현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입장과 어긋나는 행위를 한 관료들이 자신들의 직책에서 물러나는 건 사실 흔한 일입니다. 탁현민 씨도 청와대의 행정관이라는 직책을 수락했을 때, 그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바즈는 캠페인에 참여한 5,700명—그리고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을 대신해 탁현민의 퇴출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시민 권력은 정부 각처 직원들의 책임을 물을 권리가 있습니다. 바로 그 시민 권력이 문재인 정부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먼 길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요구하는 것이 항상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사는 세상과 그리고 세상 대부분 이들이 원하는 세상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린 계속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아바즈 커뮤니티가 그 여행에 계속 동참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6)국내의 기타 여혐 정치인들 퇴출 캠페인은 왜 벌이지 않는가?
여성 혐오 발언을 한 다른 정치인들은 왜 가만히 두고 왜 탁현민 퇴출만 요구하느냐고 지적해주셨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염려하시는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그들의 행위를 이미 규탄하고 있지만, 탁현민의 경우 그의 명백한 여성 혐오를 오히려 방어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 전반에 보내는 메시지가 심히 우려됩니다.
특히 “위법이 아닌 관습과 낡은 관행과 습관적 나태로부터 변모한, 적어도 변모하려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과거의 모습을 들어 비판하려 든다면 ‘내가 이러려고 여성주의로 돌아섰나’하는 본전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출처:
문재인이 탁현민을 내치지 '않는' 5가지 이유
)와 같은 옹호 발언은 이제는 탁현민이 페미니스트니까, 그의 행위를 규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에 대한 수많은 옹호 발언들이 주류 언론에 퍼지는 것은 한국의 여성과 문재인 정부에 어떠한 선례를 남기는 것인지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한 번만 눈감고 넘어가자’는 식의 태도를 타파하기 우리는 새 정권을 세웠습니다. 이번이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갈 기회입니다.
아바즈는 정치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슈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아바즈 시민 모두가 모든 이슈에 항상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슈에만 참여하고 힘을 합치는 것도 우리의 권리입니다. 항상 동의하지 않는 그 다양성이 우리를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듭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피드백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따끔한 충고가 비록 듣기 힘들지라도,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바즈 이주애 드림